"나 택시 탔는데 좀 이상해 가자는대로 안가 혹시 15분 뒤에도 연락 없음 전화줘"

어잿밤 평소와 같이 슬슬 잘라고 준비할 무렵인 새벽 2시쯤 KC1의 지랄 같은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문자와 전화는 벨 울림의 길이도 판단할 수 있는지라 그 때도 별 생각 없이 스팸이겠지 하고 넘기고..

그로 부터 몇 분 후 이번에는 핸드폰의 진동이 연속적으로 울리며 전화가 걸려왔다.
'자야되는데.. 이 시간에 누가 전화야..' 하고 귀차니즘에 화면을 보지 않고 역시나 그냥 스킵.

하지만 왠지 모를 찜찜한 마음에 전화기를 보니 여자친구로 부터 부재중 전화가 두통 걸려와 있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확인버튼을 누르니 핸드폰 상에는 위와 같은 문자 메세지가..

순간..
시간이 멈추어 버리는 듯 했다.

최근들어 유흥가에서 젊은 부녀자들이 택시로 납치를 당해 험한꼴을 당했다는 뉴스를 꾸준히 접했고 즐겨보는 네이트톡에서도 어떤 여인네가 그런 목적으로 접근하는 택시기사로 부터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보았지만 이게 현실로 닥치니 머리가 잠시 멍해져 버렸다.

금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몸에서는 긴장으로 인해 식은땀이 나고 있었고 손은 여자친구의 부재중 전화를 쫒아 통화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전화가 걸려온지 불과 5분도 안되는 시간인데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지? 도데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일단 짧은 벨울림 후 소리샘 자동안내 응답으로 바로 넘어가거나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가 나오질 않는 것으로 보아 전화기는 켜져있는 상태로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평소 진동으로 전화를 설정해 두고 다니는 여자친구가 가방속에 전화기를 넣어놓고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머리속에서 인맥지도를 꺼내어 경찰과 가장 빠른 연결경로로 통화할 수 있는 경로가 무엇이고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보았지만 그녀가 있는 곳과 현재 내가 있는 집의 위치는 거의 서울의 극과극. 몸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여자친구가 건 두번의 부재중 통화와 하나의 문자. 그리고 별 생각없이 그것을 넘겨버린 스스로가 죽일만큼 미웠으며 그동안 여자친구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후회와 그동안의 추억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다.

그렇게 10번 이상의 통화시도 후 결국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야!!!!! 도데체 어떻게 된거야!!!!!"
"흐흑.. 어엉~~"
"말을해 너 지금 어디야~"
"영아~~ 나 너무나 무서웠어."
"택시에서 내렸어? 말을해봐 어서~!!"

속으로는 마침내 전화가 연결됐다는 것에 너무나도 기쁘고 다행이었지만 말로는 짧은시간의 강도 높은 긴장과 걱정으로 인해 화가 먼저 튀어 나왔다.

"왜 화를내고 그래~~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줄 알아?"
"아.. 미안해. 어쨌든 왜 전화를 안받은 거야!!"

자초지정은 이러했다.

밤 늦게까지 오랜만에 만난친구와 회포를 풀었던 여자친구는 친구와 헤어진 뒤 택시를 잡아탔으나 합승으로 인하여 앞좌석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내게는 맥주 500cc 두잔을 마셨다고 하였지만 짐작컨데 여자친구는 그 이상의 술을 먹은 상태로 뒷자석의 손님이 내린 뒤에도 계속 택시에 타고 있었고 택시기사는 여자친구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걸 보고 자기와 술 한잔 더 하자며 여자친구를 계속 끌고 댕긴 것.

왜 전화를 안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혹시라도 자기가 전화를 받으면 택시기사가 더 흥분해서 일을 벌릴지도 모르지 않느냐란 대답.

택시번호라도 문자로 보내던가라고 다그치고 싶었지만 나보다 더 놀랬고 무서웠던건 여자친구.
먼저 달래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여자친구를 달래주고 마지막에는 "잘 자라 우리아가"라는 노래까지 불러주고 재웠다.

그제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와 몸을 추스려보니 긴장이 확 풀어지면서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아유.. 이 밥티.. 이걸 어쩌면 좋나'

30년 만에 처음으로 긴장만으로 온 몸에서 땀이 흐를 수도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고 긴 시간 동안의 사귐으로 인해 조금은 느슨해졌던 여자친구의 소중함도 다시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PS :
위의 단락까지..
한 보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쓴 글이다.

지금이야 여자친구도 그때의 일을 잊고 빨랑빨랑 돌아댕기고 있지만(기억력이 의심된다..;;) 당시에는 정말로 가슴이 철렁 했고 그 택시기사를 죽여벌라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이 후로 들은 말이지만 보통 여자손님이 택시에 승차할 경우에 남자손님에 비해서 여러가지 차별이 경험한다고 한다.

예를들면
"첫 손님으로 여자를 태우면 하루종일 재수가 없다" 던가
"여자손님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계산을 하면 잔돈을 주지않고 버틴다" 던가 말이다.

이중 첫번째 예는 뒷다마를 까는 경우라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두번째는 내 여자친구도 종종 겪는일이다. 백원, 이백원은 그렇다 치고 심지어 8500원이 나와서 만원을 주었는데 잔돈안주고 그냥 가버리는 일 등..

택시와 함께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버스의 서비스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개선되었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 시점이 서울시에서 버스체계가 변경된 그 시점. 즉 버스기사분들이 받는 월급이 시의 지원으로 인해 상당부분 개선된 그 때 부터이다.

그 전에는 지나가는 차 뿐만 아니라 손님에게도 욕하던 일부 버스기사분들이 요즘에는 지나가는 차가 어리버리 될때만 머라하시고 승차하는 손님께는 깎듯히 인사해주시는 경우를 많이 보고있다.

공간의 폐쇄성을 제외한 서비스 측면에선 택시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버스와 비교해서 여러모로 힘든상태에 놓여있지만 예전 택시벌이가 잘나갈 때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 말이다.

기존에도 여러번 제기된 택시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
이제 제시만 하지말고 실행 좀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오늘밤에도 택시타면서 긴장과 차별 속에서 벌벌 떨고 있을 수 많은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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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ights 2007/10/09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 불안하셨겠네요

    • Nes 2007/10/23 1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덕분에 요즘에는 여자친구가 밤에 쏘다니면 막 모라 그럽니다. 슬슬 겁도 주면서요ㅋ

  2. omunia 2007/10/17 2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군요! 치안 후진국인가 싶네요.... 돈과 섹스로 물들어있는 사회같아 겁이 나네요......

    • Nes 2007/10/23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지내셨어요? omunia님.
      간만에 뵙게 되서 기쁩니다. ^^;

      돈과 섹스는 어떤 사회에서나 서로 물리는 존재이겠지만 제발 그러한 것 때문에 피해입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T.T

      너무 긴장때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