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 세시간쯤 돌아다니고 있으면 슬슬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져오는데 그럴 때마다 들리는 곳이 백화점 식품코너였다. 특히나 예전 명동의 롯데백화점, 미도파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이러한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이었고 가까이 붙어있는 이 세곳을 한번만 쭉 돌아다니면 허기짐은 바로 사라졌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며 소세지를 몇점먹고 과일 등으로 입가심을 한 뒤 시음하라고 주는 쥬스 한잔을 들이키기를 세곳의 백화점에서 하고 있으니 그도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시식대에서 물건을 파시는 분들도 내가 먹기만하고 사지는 않을걸 충분히 알고 계셨을 것이다. 딱 봐도 고등학생 밖에 안되어 보이는 놈이 혼자와서 두부먹고 고기먹고 김먹고 그러고 있으니 오죽 뻔하겠는가.
지금 이렇게 키가 큰 것도 어쩌면 그 때 먹은 여러가지 음식들이 도움을 주었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먹었고 누가 봐도 물건살만한 외모로 변모했다.
또한 지금은 그 때처럼 백화점이 아닌 이마트, 홈플러스, 홈에버등의 대형 할인매장에 여자친구와함께 마치 신혼부부처럼 돌아다니기 때문에 예전처럼 눈치보면서 시식하지 않아도 되며 또한 상품이 맛있으면 바로 구매해드린다. 말도 안되지만 예전의 무전취식에 대한 심적인 보답으로 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시식말고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얼마전 여자친구가 몸이 안좋아 한의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누운 상태로 전신안마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가 주물러 주니까 그렇게 좋아?" 라고 물으니 그게 아니고 그렇게 안마를 해주는 기계가 있어서 받았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시원하고 괜찮았다고 했다.
호..
기계가 하는게 그렇게 시원한가..?
나 역시 최근에는 어깨도 결리고 목도 뻐근한데 어디가서 안마나 받아볼까하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런 스포츠 마사지를 제대로 받기 위해선 5만원 이상의 돈이 들기 때문에 그냥 여자친구에게 주물러달라고 매번 졸라댔다.(덕분에 여자친구 안마 실력 많이 늘었다. ^^)
하지만 매번 가던 식품매장이 아닌 다른 층에 가보니 안마기기들이 쫙 펼쳐져 있는 곳이 있었다.
간단하게는 손으로 들고 어깨등을 안마하는 기기부터 발과 종아리를 안마해주는 기기,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으면 발부터 목까지 전신을 안마해주는 기기까지 나열되어 있었는데 불행히도 모든 기계의 전원코드가 뽑혀있었다.
'하지만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써봐야 한다. 그것은 안마기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라고 스스로에게 쇄뇌를 시켜 몇몇기기의 코드를 꼽아 직접 테스트 해보았다.
'오오옷~'
처음으로 전원을 연결한 기기는 마치 방망이 같은 모습의 기기였는데 이걸 어깨에 대고 있으니 생각보다 상당히 시원했다.
'뚜뚜뚜두 뚜다다다~' 거리면서 목, 어깨, 등을 스무스하게 안마해줬는데 3~4만원대의 가격치곤 꽤 성능이 우수했다.


대부분 이런 모양으로 생겼다.


예로 든 전신마사지기이지만 이건 동류의 제품군에서도 상당히 비싼축에 속한다.
하지만 판매하시는 분도 없는 상태에서 이걸 코드꼽고 스스로 하고 있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주저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마침 담당판매원분이 나타나셨다.
"저.. 이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요?"
"아 그러세요? 손님. 이런 제품은 부모님께 드리면 참 좋아하시죠"
"아.. 그렇죠..^^;"
그렇게 신발을 벗고 온 몸을 마사지기에 밀착 드디어 전원스위치가 켜지고 작동이 시작되었다.
'꿈틀~꿈틀'
'울렁~울렁'
'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우우웅~치.. 우우웅~치'
'울렁~울렁'
'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우우웅~치.. 우우웅~치'
정말 신기했다.
마치 의자속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았다.
어쩜 그렇게 잘 주물러 주는지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와 버렸다.
"와.... 재수없다"
물론 이 말이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스스로는 마치 사람이 주무르고 있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에 신기함과 감탄이 뒤섞여 나온 말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10분이 지나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냥 안마만 받고 휭 떠나긴 뭐해서 직원분께서 하시는 말씀 다 듣고 명함받고 나왔다.
그러면서 들은 생각이 '정말 이 안마기란 제품은 실제로 써보기전에는 그 효용성을 절대 알 수 없는거로구나' 였고 갑자기 가격표에 붙어있는 그 많은 숫자들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온몸이 개운해지고 옆에서 여자친구가 "그렇게 좋아?"라고 묻는 말에 "응~ 너무좋아" 라고 헤헤거리며 매장을 나섰다.
돈이 모이면 꼭 부모님 선물로 사다드려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또 가서 한번만 더해보면 안될까요? 라고 물어보면 싫어하겠지?
흠.. 심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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