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제 채선당이라는 음식점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임산부에 관한 폭력과 연결되면서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온 케이스인데..

나 또한 장인어른 장모님을 처음으로 만나뵙고 식사를 한 곳이 처가댁 근처 채선당이었을 만큼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짜피 직영이 아닌 프랜차이즈는 가게에 따라 맛과 서비스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해서 채선당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가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번 채선당 사태의 피해자인 임산부 처럼 나 또한 현재 임신 2개월 차인 아내를 둔 입장에서 오늘은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남편은 몰랐던 임신초기 입덧의 고통

위에서 말했듯이 내 아내는 현재 6주차 임산부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렸던 임신에 대한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불청객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입덧이란 손님이었다.

남자기에 그리고 첨으로 겪고 있는 아내의 임신이기 때문에 입덧이란건 항상 TV에서 보와왔듯이
갑자기 ‘욱~~‘ 하면서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힘들어 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경험한 입덧이란 것은 ‘욱~~’하는 모습보다는 속이 울렁거려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아내의 설명으로는 술을 왕창 먹은 다음날 겪게되는 울렁거림과 비슷한 것이 하루나 이틀이 아닌 계속 쭈욱~ 지속된다는 것인데…
아…. 생리통은 겪어보진 못해도 술로 인한 울렁거림은 충분히 겪어보았기에 그 고통이 어떤지 바로 짐작이 갔다.

아내의 입덧이 시작된 후로 속의 불편함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런 저런 음식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 나도 동참하고 있는 와중에서 아내가 답답한 속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시원한 것을 먹고 싶다는 말에 갑자기 떠오른 음식이 있었다.

 

동치미를 찾기 위한 여정

“동치미는 어떨 것 같아?”

갑자기 뇌리에서 떠오른 동치미.
술먹고 괴로운 다음날 동치미 덕을 본적이 꽤 있었는 지라 함 던져본 말인데 아내도 급동의!ㅋ

생각해보니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거의 24시간 영업하는 대형마트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동치미 까짓것 그냥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가?

아내와 함께 옷을 챙겨입고 동치미를 사기 위해 출발했다.
혼자 다녀오겠다는 말에 아내는 맛을 보고 사는게 낫지 않겠냐했고 임산부의 입맛이 까다로운걸 이제 나도 알기에 함께 근처 롯데마트로 향했다.

중계동 롯데마트 1층 식품코너.
중간 중간 시식코너에서 이런 저런 음식을 혼자 시식하면서 도착한 김치코너.

예상대로 한쪽 구석에 다른 김치와 함께 동치미가 있었다.
대략 1리터 정도 되어 보이는 포장용기에 들은 동치미가 근 만원대..ㅋ
비싸지만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맛이 문제였지.

국물맛좀 볼 수 없겠냐고해서 아내와 함께 한모금씩 맛을 보았는데..
‘응..?’

나도 아내도 서로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생각했던 동치미의 그 맛이 아닌 좀 더 씁쓸한 맛.

결국 동치미는 사지 못하고 다른 먹거리만 사오게 되었다.

집에 오면서 동치미를 사지 못한 이런 저런 아쉬움을 서로 이야기하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엽오. 집근처 찜닭집가서 동치미 얻어오께”
“응..?”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짜피 마트에서 파는 동치미의 맛은 롯데마트에서 본 그 맛과 크게 다를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찜닭집에서 나오는 동치미는 괜찮을 것 같았다.
알다싶이 찜닭집에서 찜닭외에 반찬으로 나오는건 대부분 동치미 뿐이다.
그렇다는 건 찜닭집에는 항상 꾸준한 양의 동치미가 구비되어 있을 것이고 하나 뿐이니 맛도 좀 더 신경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무용담은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엽오. 갔다오께~”

솔직히 동치미를 얻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다.

어릴적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

“너의 엄마가 너 임신했을 때 XX가 먹고 싶다는 거야 내가 일케절케일케절케해서 얼마나 힘들게 구해왔는지 알아?ㅋ”

만약에 내가 동치미를 얻어올 수 있다면 나도 내 아이에게 이런 무용담을 이야기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왠지 웃음이 나온다.

집근처 상계동 봉추찜닭으로 걸어간다.
집과 거리상으론 걸어서 10분도 안걸리는 곳이지만 가는 도중에 어떻게 얻어야할지 좀 생각해보았다.

‘동치미 파시나요?’
‘동치미 사려면 얼마를 드려야하나요?’
‘아내가 입덧이 심해서 동치미를 얻어야하는데.. T.T’

이런 저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영업은 마무리 단계.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

가게내부에는 가게정리를 하는 직원과 그날 매상을 정리하고 계신 여사장님 한분.

좀 뻘쭘했다.

저.. 혹시 동치미 따로 파시기도 하시나요?

“안녕하세요~”란 말 다음에 나온 말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아니요~”

왠지 그럴것 같기는 했는데..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된다..T.T

“아내가 임신해서 입덧이 심해서 그런데 죄송하지만 동치미 좀 조금 얻어갈 수 있을까요?” 라고 뻘쭘하게 다시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아.. 그래요?^^ 그럼 그냥 드릴께요~^^ 다음에 자주 찾아주세요~”

여사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바로 웃는 얼굴로 주방에 들어가 직접 동치미를 싸주셨다.

오오오오오…..!!!!!!

“아…………..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몇번이나 인사하고 꾸벅이면서 가게문을 나왔다.
손에 들린 묵직한 동치미.

동치미를 보고 아내의 기뻐할 얼굴이 떠올랐다.
10시가 넘어 깜깜한 밤이지만 세상이 밝아보였다.
한 겨울인데도 마음은 너무 따뜻했다.
그리고 너무 감사했다.

동치미 대령이오!!

개선장군이 따로 있던가?
임신한 아내를 위해 동치미를 공수해온 남편의 당당함.
이게 개선장군이지 말이다ㅋ

아내도 엄청 기뻐한다.
“와~~ 오빠~~~~ 고생했어~~~!”

일단 비닐봉지에 들은 동치미를 그릇에 옮겼는데 와….. 싸주신 양이 보통이 아니었다.

노원역 근처 봉추찜닭에서 임신한 아내를 위해 싸주신 동치미 - 얼믐동동, 무 듬뿍, 이런 그릇으로 두세그릇은 더 주셨다.
노원역 근처 봉추찜닭에서 임신한 아내를 위해 싸주신 동치미 – 얼믐동동, 무 듬뿍, 이런 그릇으로 두세그릇은 더 주셨다.

와이프가 당분간 동치미 국물을 먹고 싶을때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을 싸주신 것이다.

지금까지 그 가게는 한번 정도 밖에 간적이 없는 듯 하고 내 얼굴도 기억못하실텐데 이렇게 임신한 아내를 위해서 넘치는 양을 무료로 주시다니..
덕분에 아내의 속도 많이 괜찮아졌다고 한다.

이 글은 노원역 봉추찜닭 사장님께 감사드리는 의미로 쓴 글이다.

4호선 노원역 1번출구 근처이다.
4호선 노원역 1번출구 근처이다.

물론 이 글이 채선당의 그것처럼 이슈화는 되지 않을테다.
보통 나쁜일이 좋은 일보다 파급효과가 훨씬 강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이번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찜닭먹을일이 있음 무조건 그 곳을 찾아갈 것이다.

나중에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감사인사를 드릴테고 말이다.

글을 접으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자주 찾아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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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이런건 마구 광고 하셔야 함.
    어찌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평소 그 곳 사장님의 생각을 엿볼수 있는…좋은 일이지요.
    사진에 보이는 동치미도 꽤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 같군요.

    어릴때 일이 생각나는군요. (우리집에 보신탕 먹는 사람 없음. 앞으로도 없을것 같음 ㅎㅎ)
    어머님께서 기침을 시작하시더니…며칠을 계속 심한 기침을 하시더라구요.
    병원을 가시면 되는데 병원은 절대 안가신다 그러시고. (지금은 어림없음. 제가 가자고 하면 가야 됨 ㅎㅎ)
    암튼 기침을 한번 시작하면 소변을 지릴정도로 심하게…오래 하시더라구요.
    그러시다 어머니께서 심한 기침엔 보신탕 국물을 마시면 괜찮다는게 생각나셔서 절 보고 좀 얻어오라고…..
    그땐 많이 어린 나이는 아니였지만, 원체 숫기가 없던터라….어찌나 가기 싫던지….어머지가 직접 가시지 하는 발칙한 생각까지 했었죠.

    일단 큰 주전자 (응? ㅋㅋ) 들고 마침 근처에 있는 보신탕 집을 갔습니다.
    쭈뼛쭈뼛 입구에 서서 있으니 … 어떤 분이 오시더니 대뜸…. 국물 얻으러 왔니?
    ㅋㅋㅋㅋ… 나같은 사람이 없진 않았나 봐요….
    네…. 그러곤 큰 주전자 가득 주시더라구요. 얼마 드릴까요? 했더니…그냥 가라고….

    사실 보신탕 국물은 그냥 준다는 이야기는 어머니께서 미리 해주셨더랬어요. 개고기 국물은 먹는 사람이 없는듯.

    어머니께서도 보신탕 드셔본적 없으신 분이구요…그 때 처음으로 국물을 드신건데,
    기침을 워낙 심하게 하시니…정말 약이다 생각하고 드셨데요.
    물론 신기하게도 국물 먹고…다음날 차도가 있으셨고…다시 그 다음날은 거의 다 나았다는….
    국물 처음 얻어온…그 다음날 … 또 국물 얻으러 갔다는 이야기는 생략!! ㅋㅋ

    동치미 얻으러 가셨다길래…생각나서 …. ^_^

    1. 아…….ㅋ

      무락님.
      저도 나중에 태어날 제 아이가 무락님 같은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어머님께서 얼마나 든든해하셨을지..
      저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저도 보신탕을 먹진 않지만 만약 제 아이가 제가 아프다고 보신탕 국물 그렇게 가지고 오면..T.T

      소중한 추억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 내가 글을 잘못 적었나 다시 한번 봤…. ㅡ,.ㅡ

      아니..가기 싫어서 발칙한 생각까지 했다니깐요…!!!
      이런 아들이 뭐가 든든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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