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와입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로 종로에 다녀왔다.
4호선 노원역에서 출발해 1호선 동대문에서 갈아타고 종각에서 하차하는 경로.

첨에는 되게 만만히 봤다.
당연히 모든 지하철역에 엘레베이터가 갖추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각 환승경로에도 이는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서울 지하철 내부의 계단이 있는 곳은 경사로가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을 것이니 별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13년 3월 현재
나의 이런 생각과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먼저 4호선을 타고 동대문역까지 유모차를 끌고 가는 경로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엘레베이터가 설치된 곳이 원래의 입구와는 거리가 있어 좀 돌아가기는 했지만 말이다.

첫번째 난관은 동대문역 환승통로에서 발생했다.
4호선에서 내려 1호선 환승통로로 가는 중간 경로에 있는 10개 정도의 계단.

일단 경사로가 없다. 또한 달리 돌아가는 환승통로도 없다.
통과하는 방법은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는 것 뿐!

나야 남자니 유모차정도 혼자들고 올라고 별 무리는 없지만 이게 와이프같이 여자인 몸으로는 힘든일이다.
그런 이유로 이전에 와이프가 혼자 동묘역으로 갈때는 지하철 직원분께 부탁해서 같이 들고 올라갔다고 했다.

그래… 뭐 이정도 계단이야 하고 유모차를 혼자들고 올라갔다.
그리고 몇 정거장 간 후 도착한 종각역.

원래 나가려는 통로는 종각역 2번 출구.

종각역 2번 출구로 나가고 싶어도 유모차로는 돌아서 나가는 수 밖에 없다.
종각역 2번 출구로 나가고 싶어도 유모차로는 돌아서 나가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엘레베이터를 찾아보니 3번 출구 오른편에 위치한 것이 제일로 가까웠다.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

와이프가 유모차 끌고 지하철 타고가면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고 했는데
아….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돌잔치 예약 때문에 들른 종각역 일을 마치고 청계천이나 걷고자 했는데 와이프가 수유할 시간이 됐다고 했다.
수유라… 여기 근처에 수유할만한 곳이 있나?
일단 명동 롯데 백화점에는 당연히 수유실이 있겠지만 거기까지는 좀 먼 상황.
검색해보니 근처 영풍문고에 수유실이 있다고 한다.

올~ 하고 도착해 직원분께 물었다.

첫번째 여자 직원분은 수유실이 없다고 했다. 실망하려는 찰나에 혹시 몰라 다른 직원분께 물었는데
이번 남자 직원분은 수유실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근처 위치까지 말이다.
하지만 말해준 위치에 가도 수유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고객센터에서 물어보니 수유실이 이번 영풍문고 리뉴얼 이후 수유실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ㅠㅠ
여자직원분의 말씀이 역시 정확했던 거야..

결국 영풍문고 내의 프랜차이즈 분식집의 구석진 자리에서 밥을 시켜먹으며 옷으로 가린채 수유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닥쳐 올 불편에 비하면 여기까지는 별게 아니었다.

수유를 마치고 청계천을 둘러보고 광화문에 들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마침 벼룩시장 같은게 열려서 구경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생각해보니 종각보단 5호선 광화문 역으로 가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준공된지 오래된 1~4호선 서울메트로보다.
이후에 완성된 5~8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시설이 엘레베이터 등의 편의 시설이 더 잘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역시 나와 와입만의 착각에 불과했다ㅋ

5호선 광화문역으로 들어가 개찰구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표를 끊고 아래로 이어지는 탑승장으로 가는 통로에는 계단과 에스칼레이터 밖에 보이질 않았다.

설마…… 엘레베이터가 없는거야?
하고 역무원에게 물어봤는데 헐…..
그냥 유모차를 뒤로해서 에스칼레이터 타면 된단다.

이야…..
어이가 좀 없었지만
역무원에게 어떻게 하는건지 직접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니 익숙하게 우리아이가 잠들어 있는 유모차를 뒤로해 에스칼레이터에 탑승 후 유유히 내려가 주시더라.

이걸 감사하다고 해야하나?
아이가 있는 부모는 짐작하겠지만 그 모습이 전혀 안전해 보이질 않았다.
유모차를 에스칼레이터로 이동이라…
하물며 그 위험성 때문에 바퀴가 있는 자전거나 기타 다른 이동수단을 에스칼레이터로 이동시키는걸 금지한다고 지하철 이곳 저곳에 붙여두지 않았는가 말이다.

거기까지만 부탁했다.
그 밑으로도 계단이 보였지만 이번에는 그냥 내가 들고 내려왔다.
이 정도 조치 밖에 못취하는가? 그리고 5호선인데 어찌 4호선에는 있는 탑승장 엘레베이터도 없는거지?
하는 의구심을 간직한채로 말이다.

일단 그 상태로 마찬가지로 5호선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렸다.
4호선 환승 위해서 말이다.

내려서 일단 지하철 내부 지도부터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4호선 환승을 위한 엘레베이터는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긴 계단을 엘레베이터 없이 이동해야 하는것?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승강장에서 4호선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환승통로에는 엘레베이터가 없다. 그림에서 빨간 부분 네모 즉 상당한 수의 계단을 통과해야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승강장에서 4호선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환승통로에는 엘레베이터가 없다. 그림에서 빨간 부분 네모 즉 상당한 수의 계단을 통과해야한다.

지도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이미 근 10년간 수십번 이상 지나다녔던 계단이다.

에스칼레이터를 두번이야 타야하는 몇 십여개의 가파른 계단.

순간 고민했다.
역무원을 불러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가야하나?
아니면 직접 들고 올라가야 하나..?

그리곤 더욱 어이가 없었다.
5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는 유모차나 휠체어는 모두 이런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결국 들고 올라갔다.
다 올라가선 숨을 헉헉대면서 말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통로에서 벌어지는 부모의 사투 - 이 사진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다. 출처 : 베이비뉴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통로에서 벌어지는 부모의 사투 – 이 사진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다. 출처 : 베이비뉴스

보기에 따라선 차라리 역무원을 부르는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한 불렀으면 휠체어 리프트든 같이 들고 올라가던 어떠한 조치는 분명 취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직접 들고 올라갔냐고?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지 않는가?

만약 내가 아닌 와이프 혼자 갔더라면 분명 역무원을 부를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데 다음부터 이 경로를 이용할 때 분명 지하철이 아닌 차로 이동하려고 할 것이다.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다.
어찌됐던 유모차의 아이를 리프트에 태우고 위험하게 이동해야 하는 부담감.
좀 돌아가더라도 역무원을 부르기보단 엘레베이터를 타는걸 택하게 만드는 부담감.
이런 부담감을 지하철을 타면서 겪느니 차라리 막혀도 자차를 이용하거나 아예 나오질 않으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상황은 그대로 장애인분들께도 적용된다.
우리야 어쩌다 몇번이지만 장애인 분들이 매번 이런 상황에서 겪는 부담감은 어느정도일까?
왜 우리나라의 길거리에는 그들의 모습이 그토록 보이질 않는가?
분명 다른나라와 비슷한 정도의 비율일텐데도 말이다.

딱 오늘하루였다.
이런 경험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많은걸 느낄수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로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수유가 필요한 시점에 수유실을 찾는 문제 등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결혼하고 애를 낳기 이전에는 전혀 문제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지하철 출구의 경우도 목적지에 가까운 통로가 보이면 그쪽으로 가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거나 없으면 좀 불편해도 걸어나오면 되는 것이고
수유야 당연히 할 필요를 못느꼈으니 없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었는데…..

막상 내 손으로 유모차를 끌고나와 다녀보니 나 혼자나 둘이 다닐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나라는 존재는 변함이 없는데 유모차와 함께하니 목격되는 수 많은 장애물과 불편함들(애를 낳으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더니..ㅋ).
이번에 처음 불편을 겪은 내가 이렇게 느껴지는데 같은 바퀴로 이동해야하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유모차야 좀 무거워도 들고 이동하면 그만이고 그래봐야 몇년이나면 애가 걸어다니니 쓸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은 인생에 걸쳐 그러한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오늘일을 겪고 나서
먼저 와이프에게 미안했다.
까짓거 그냥 지하철타고 가지? 라고 생각없이 말했던 것도 이런 불편과 부담감을 지워줘야했던 것도

다음으로 반성하게 됐다.
나랑은 관련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오만함을 말이다.

그리고 서울시 및 당국에 요구하고 싶다.
대중교통에서 겪는 이런 불편함들을 최대한 줄여주길말이다.
국가에선 말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선 당장 나부터도 다음부턴 자동차로 이동하려 할 것이다.
차가 좀 막히면 어떤가? 불편과 부담감 없이 이동하는게 훨 낫지 않은가?

아기가 태어나면 차를 살수 밖에 없는 이유 이번 기회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차를 살수 밖에 없는 이유 이번 기회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결론은 이렇다.

아직까지 서울시에서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로 이동하는건 어려움이 있다. 특히 남편과 같이가 아닌 엄마 혼자서 끌고 가는건 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유모차로 이동시 정확한 엘레베이터 환승경로를 모른다면 미리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 홈페이지에서 확인 후 출발하는 것을 추천드린다.(아니면 차로 이동하세요~)

이 결론이 어서 빨리 바뀔날이 오길 바라며~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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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그냥 업고 다니세요…

    ㅎㅎㅎ 오랜만에 와서 글 잘 읽고 이딴 소리하면 많이 맞겠죠??
    설계할때부터 본문과 같은 경우를 생각 안할꺼여요. 설계에 반영되었다 해도…뺄지도 모르죠. 돈 때문에…
    꾸준히 알리고 인식시키면 세월이 흐르고 나서는 좀 나아지겠죠.

    예산이 쓸데없는 곳으로 워낙 많이 빠져나가니…정작 필요한 곳엔 돈이 없는… ㅡ,.ㅡ

    1. 첨에 이 글을 쓸때만 해도 좀 흥분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무락님 말씀대로 하려구요ㅋ
      그게 정답이더라구요.

      글고…
      오랜만이예요 무락님ㅋㅋㅋ
      저도 무락님 블로그 가끔 들린답니다.ㅋㅋ

    2. 그랫도 전에는 그나마 … 가뭄에 콩 나듯이 글이 올라오긴 했는데, 얼마전 부터는 아예 블로그에 신경도 못 쓰고 있어요.

      가끔 가시지 말고…아예 한참있다가 오세요. ㅋㅋㅋㅋ
      그래도 새 글이 있을지는 장담 못함.

  2. 안되요! 이런글은 널리 알려야 해요-
    저도 이 승간구에서 엄청 애 먹은 엄마에요-
    광화문 교보문고 가려고 하다가 직원 부르니 밥먹는다고 10분 대기하고 서 있으래요0-
    그래서 우물쭈물 하다 보니 어떤 아저씨가 도와주셔서 유모차 들고 내려갔으나.
    그다음에! 계단이 또…부탁이 안되더라구요-
    직원이 왔어요-
    엄청 위험하게 정말 귀찮다는 듯이 드세요 하더니
    앞쪽을 번쩍 드는데 우리 아기 벨트 안메면 앞으로 꼬꾸라 질판으로 균형도 안맞추고 드는 공익새끼!! 쌔끼!!
    정말…..나빠요-
    아기띠 하면 한두번이지 얼마나 힘든데요-
    그럼 그러겠죠- 집에나 처 밖혀 있으라고….주부가 되어 보고 아이를 집에서 키우고 해봐야 안다는…

    너무 힘드네요- 우리 아기가 어서 걸었으면 좋겠네요-
    뚜벅이는 정말 힘겹다….

    1. 저도 아기띠 자주하는데 말씀하신데로 계속 하고 있음 정말 힘들더군요.
      남자임에도 말이죠.
      엄마분들을 어떠시겠어요ㅠㅠ

      뭐 따지고 보면 공익도 불쌍해요.
      이토록 불편하게 설계한 업자들의 잘못으로 욕을 먹으니 말이죠.

      정부에서는 계속 애 낳아라 낳아라 하지만 이런 부분도 결국 애를 낳고 키우기 힘든 원인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ㅋ

      최고 권력자가 유모차 끌고 지하철 함 타봤으면 바로 고칠텐데
      근데…. 이거 가능성이 전무한거죠?ㅋ

  3. 저 그래도 지하철로 다닐만하던데^^
    운전을 못하고 남편은 바쁘고 애는 무겁고 잠들 우려 때문에 유모차로 지하철 버스 다 다녀요
    시간은 일반보다 조금 넉넉하게 잡고 나가요
    엘리베이터 위치 알려주는 어플 있거든요
    그거 보고 가까운 내릴 칸 미리 가 있구요
    자주 가는데는 거의 외워서 시간도 오래 안걸려요
    가끔 결혼식같은데 갈때 엘리베이터 없는 곳에서는 직원 와달라고 하면 대부분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남자 두명 정도 와서 들고 계단 내려가줘서 고마웠어요.
    위엣맘이 만난 공익은 정말 황당하네요 ㅡㅡ;;
    다행히 그런 경우 없이 다들 아기 안전을 생각해 주셨어요. 한분이 나오셨을때는 아기 깨있어서 위험하니 잠시 내리는게 어떻냐 해서 잠시 제가 안고내려가고 유모차만 들고내려와주신적도 있어요.
    그냥 주변에 계신 분들이 도와주시는 경우도 많구요.
    휠체어리프트 사용하게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그거있어도 들어주시더라구요.
    간혹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추천하는 곳도 있더군요.
    그러면서 우리역은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이용하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황당한 여직원도 본 적 있지만ㅡㅡ; 그럼 이 역에 볼 일 있어도 옆 역에 내리란 말인지..
    파주동생네 갈땐 대화역에 내려서 자전거거치대 옆에 유모차 자물쇠 채워두고 버스환승해서 가니 좋더라구요. 그쪽은저상버스가 별로없어서.
    요즘 나온 저상버스는 유모차타기 좋아요
    근데자리를 많이 차지하는게 미안하고 눈치가 살짝 보여서 (애기 다칠까봐 기사님들 신경이 약간 날카로워지는 기분) 지하철을 애용해요
    엘리베이터 없는데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면 불만이있겠지만 직원들이 대부분 잘 도와주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요
    남편이 바쁘거나 운전못하는 것을 아쉬워해본 적이 없어요^^ 남들은 힘들겠다 대단하다고 하는데..
    전 할만하니까 하는거라구 대답해요.
    수유는 이십개월까지 했는데 지하철역 중에 수유실 있는 역 찾아주는 어플도 있구요.
    수유가리개라고.. 사면 식당같은데서 편리해요^^
    아이가 남자애치곤 아주 심하게 나대진 않아서 26개월인 아직까지는 다닐만하구요.
    대중교통예절도 가르칠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힘든 건 딴게 아니라 아이가 말안듣고 크게 얘기하거나 지하철 내리고싶다고 몸부림칠때지요^^;
    그런 것도 말안듣는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기회이기도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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