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연락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만나면 반가워 하는 동네 친구가 있다. 중 고등학교 때 동창녀석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녀석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가게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자주 들렸던 곳이었다.

참 신기하데..
그렇게 서로 성인이 된 후로 내가 가끔 가게에 들리면 녀석이 카운터를 볼 때가 있어서 그동안 서로간의 안부를 묻고 그 전에는 단순히 가겟집 아져씨, 아줌마이셨던 친구 부모님께도 꼬박꼬박 인사를 드리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던 몇년 전 어느날.
친구놈 어머님께서 정말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씀하신 일이다.

“아이구 내가 말야. 어느날 좋은 꿈을 꿔서 그날은 로또를 해야지 하고 그 종이에 번호를 기록해 두었어. 그런데 말이야. 그걸 우리가게에 있는 인식기에 넣고 종이를 받으려고 하는데 손님이 막 오시는 것 아니겠니? 그래서 조금 있다가 하기로 하고 일단 손님을 받았지. 그래서 그날은 종이를 못받고 그냥 넘어갔어. 그렇게 그 주 토요일까지 까맣게 그걸 잊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 로또 추첨에서 나오는 번호를 보니 아무래도 익숙한거야.. 혹시나 해서 표시해둔 종이를 찾아서 봤지? 그런데.. 그날 그렇게 인식안하고 둔 종이에 적힌 번호가 글쎄 그날 로또 1등 번호였지 뭐니.. 에휴.. 좋다 말았어~”

“와.. 어머니 어떻게 해요. 진짜 속상하시겠어요…”

“팔자지 뭐..”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워서 속이 뒤집힐 일일 것이다. 어머님 역시 그런 안타까움을 속에만 담아둘 수가 없으셔서 내게 말씀하신 것일테고 말이다. 친구놈도 “야~ 내가 그거 됐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 아우~ 너무 아까워” 하는 걸 보니 마찬가지 마음일 것이다.

나 역시 이 때 어머님께 들은 말씀이 뇌리에 박혀버린지라 그 다음부터 로또에 대해서 말이 나오면 꼭 이 일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하곤 하였다. 역시나 이 이야기를 듣는 이들도 비슷한 반응..

이후로도 종종 퇴근후에 녀석의 슈퍼에 들려 우유나 담배를 사곤 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가게문이 닫혀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또한 이전에는 안보이셨던 친구놈의 할머님께서도 가게를 지키고 계시고 말이다. 무슨일 있나? 하면서도 할머님께 여쭈어보지는 못했다. 단순히 바쁜일이 있나보다 했을 뿐..

그리고 그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왠일로 가게가 문을 열고 있었다. 빼꼼하고 안을 들여다 보니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건 친구녀석.

“야~ 그동안 왜 그렇게 문을 닫고 있었냐?”
“야…. 우리 어머니 돌아가셨다.”
“뭐..? 언제, 왜?”
“응… 암으로 돌아가셨어. 1년전 부터 암으로 고생하셨는데 치료비도 부족하고 해서 제대로 치료 못받으시다가 몇일 전에 돌아가셨다. 근데 말이다… 어짜피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일인데 막상 닥치니 참.. 속상하고 어찌할바를 모르겠다야”
“아… 미안하다.. 내가 너무 신경을 못썼다..”
“괜찮아 임마.”
“그래.. 좀 진정되면 술이나 한잔하자야”
“그래..”

 

녀석과 헤어지면서 참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역사에서 가정이란 것이 무의미 하다는 말이 있지만 만약에 그 때 어머님께서 로또에 당첨되셨으면 녀석은 지금보다 훨씬 부유한 환경에 있을 것이고 부모님께서도 건강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검사비가 아까워 병을 키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발견되었더라도 초기에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별로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연락도 자주 못하고…..

마음속에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착찹함이 가득한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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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꽤 오래 전 글이군요.
    대충 로또가 막 시작했을때 일인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 들어보면 로또 1등은 정말 운이 닿아야 되는것 같긴 합니다.

    로또 시작할때, 부산 시내 로또기계를 막 설치하고 다녔었는데…ㅎㅎㅎ…
    초창기 기계는 고장도 많이 났었어요. 특히 프린터기….

    그 당시 들은 이야기중에,
    어느 버스 기사 아저씨는 자기가 운전하는 버스의 번호를 조합해서 로또마감 시간 임박해서 사러 갔더랍니다.
    급하게 번호 마킹을 하다가 숫자 하나를 잘못 적어내게 되고, 로또 받고 알아서 수정할려고 하니 마감이 되어 더 이상 로또 발행이 안되고….
    설마 걸리겠어? 했는데….숫자 하나 차이로 3등 당첨. 제대로 적어 했으면 1등.
    그 뒤로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버스회사 그만뒀다고….3등 당첨금으론 전부 로또 사는데 탕진.

    1. 이야….
      말씀을 듣고보니 드는 생각이 있는데요.

      로또나 도박이나 그렇게 될랑말랑 하는 상태에 가셨던 분들이 더 위험한 것 같아요.
      실제로 따져보면 서로 확률이 독립적이라서 영향을 미칠 수가 없긴한데 문제는 이렇게 적고 있는 제 자신도 막상 그와 비슷한 일이 생기면 장담하기 힘들듯요.

      결국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무락님께선 무슨 일을 하시길래 로또기계를 설치하시곤 하신거세요?ㅋ
      급궁금ㅋ

    2. 로또 기계 관심있게 보신적 있으세요?
      요즘은 꽤나 컴팩트해지고…좋아진것 같던데…ㅎㅎ

      처음엔…컴퓨터본체에…그 위에 모니터 얹고, 본체앞엔 스캐너 달고…그리고 프린터는 따로….무게도 꽤나 나가고….
      암튼 부피가 좀 되었더랬죠.

      그리고 본체는 정말 컴퓨터. OS는 리눅스.

      초창기에 설치 어느 정도 하고, 로또 발행도 시작되었는데 급하게 프로그램 패치 내려와서…각각 다니면서 패치도 해주고…ㅋㅋ

      컴퓨터 관련일을 했는지라….어쩌다 하게 된 로또기계설치였어요. 돈은 안되고…고생만….ㅋㅋㅋ

    3. 무락님께서하시는 일이 컴퓨터 관련된 일이셨군요.
      저도 그런 기계를 볼 때마다 호기심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일을 하시는거예요?

      궁금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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