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지금까지 살아온 30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때로는 과자겸. 때로는 식사겸. 때로는 안주겸. 때로는 특식으로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먹어왔다.

중학교 시절. 차가눈 진눈깨비를 맞으며 신문배달 하면서 먹었던 큰사발은 내 어린 위를 깎아내려 처음으로 위염의 아픔을 알게 해주었고 고등학교 시절 한번에 10개씩 끓여 친구들과 나누어 먹던 너구리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이에 대한 흐뭇함을 알게해주었고 군대시절 힘겨운 훈련뒤에 먹었던 사발면에서는 먹을 것 자체에 대한 소중함을 께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라면이란 존재를 시간과 함께 추억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너구리도, 가끔씩 PC방에서 맛보는 튀김우동도 느끼한 것을 피하려고 먹었던 김치큰사발도 일단 먹고 나면 그 때부터는 장시간 속이 부댓기는 고통을 느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어린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라면 특유의 밀가루 냄새와 먹을 때는 밀가루였던 면이 윗속에 들어가서는 고무줄로 변해 윗속을 유영하는 느낌.

누구나 그렇듯이 한 때 철조각 씹어 먹어도 소화되었을지 모를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라면조각 정도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없는 몸상태가 된 것인가..?

지금도 내 뱃속에는 큰 각오를 다지고 먹었던 튀김우동이 지속적으로 거북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아마도 이런 증상은 앞으로 최소 3시간 이상을 이어질 듯 하다.

이제..
라면을 끊을 때가 온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여러가지 것들과 만나며 여러가지 것들과 헤어져야만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PS : 그래서 내린 결론.
비싸지만 생생우동 시리즈만 먹기로 했다ㅋ
이건 좀 괜찮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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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삼양라면 드셔보세요 농심을 먹을때 느끼하고 속쓰린느낌이 삼양으로 바꾸니까 없어지더군요

    1. 네 말씀감사합니다.
      삼양껀 요즘 간짬뽕정도 밖에 먹어보질 못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삼양라면도 시도해보아야겠네요.

  2. 삼양께 좀 덜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최종 결론을 생생우동으로 결정하셨다면. 진짜 최종결론은….. 돈을 많이 버셔야한다는 것입니다. 먹을꺼리를 가리기 시작하면, 돈이 엄청 깨진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습니다. (물론 카메라, 오디오 만큼 사람을 망하게 하진 않는다지요..)

    1. 흑..
      그렇군요.
      말씀하신 부분은 심각하게 공감합니다.

      결론은 돈을 많이벌어야 하는 거군요~T.T

  3. 라면과 함께 단무지나 매실짱아찌를 함께 드셔보세요… 소화는 좀 더 잘 됩니다…^^

    nes님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라면이 슬슬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네요…
    어느덧 그렇게 맛있던 라면이 슬슬 맛도 없어지고..
    살짜쿵 불량식품(?)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보던 라면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감사해요~ ^^

    1. 불량식품..
      맞습니다.

      먹고나서 사람몸을 상하게 하는 음식이 불량식품이겠죠.
      개인차는 있겠지만 라면이라는 존재가 제 몸에서는 불량식품으로 작용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말씀해주신 단무지와 매실짱아찌 참고하겠습니다.

      감사드려요~

  4. ㅋㅋㅋㅋ 늙어가는게야…ㅋㅋㅋㅋ
    약간 덜튀겨진 치킨의 비린느낌…
    초코 다이제스티브의 너무 많이 단맛… (그냥 꿀도..)
    썬칩의 느끼함까지..

    우리도 이제 늙어가는게야…ㅋㄷㅋㄷ

  5. 위에 김경호님이 친구 되시나봐요?
    정답을 말씀하셨어요.ㅎㅎㅎㅎㅎ

    지금은 시간이 꽤 지나버려서 제 댓글이 별 소용없습니다만,
    저 위에 정답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되요.

    결혼 하실때가 되었어요.

    ㅋㅋㅋㅋㅋ

    1. 무락님의 댓글을 따라다니다 보면요.
      제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어색하고 낮선 느낌을 받습니다.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아요.

      말씀대로 과거의 제 자신에게 제 스스로 이 글에 대한 답변을 달자면 결혼할 때가 된거죠. 마눌님께서 손수 차려주신 맛있는 음식이 그 어떤 소화제보다 속을 편한하게 해준다는걸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니 말이죠.

      저 김경호란 케릭터는요.

      제 대학 동기녀석입니다.
      아들 둘을 키우는 크고 귀여운 녀석이예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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