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격이 급한 편이다.
이러한 성격은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고 조용조용히 묻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본 성격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 배가 많이 고파질 때
  • 물건을 산 다음 배송을 기다릴 때
  • 산 물건을 테스트하려고 할 때

오늘 몇일 전에 주문한 TV수신카드가 드디어 도착했다.
걸린 시간은 단 이틀.
하지만 마치 당장 지금이라도 쏴줄 것 같은 G마켓의 문자 쇄도에 잠시나마 그를 긴 시간으로 착각해 버렸다.

그리곤 미친 짓이 시작되었다.

먼저 HDTV란 주위에서 보기만 했지 내가 사는 집에서 직접체험해본 경험이 없는 고로 도착 후 가장 처음에 했던 일은 안테나를 만드는 것이었다.

스카이디지털 TV수신카드를 주문하기에 앞서 당연히 안테나는 필요할 듯 싶었기에 여기저기 살펴보던 와중에 생각보다 상당히 손쉽게 HDTV용 안테나를 제작할 수 있다는 몇몇 자작기(자작기1, 자작기2)를 보곤 도착하기만 하면 바로 맹글어 써보리라 하고 생각했던 터였다.

집에 와보니 은색 봉투에 쌓여있는 스카이디지탈 SKYTV HD6 USB mini를 후다닥 뜯고 본체와 부속부품들을 쓰윽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수 의 부속 부품이 내장되어 있었고 어서 이들을 연결해 쩌는 HDTV의 화상을 보고픈 마음이 이미 정점에 다다른 상태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이놈이다.

HDTV용 안테나를 만들기 위해 집에 있는 쇠옷걸이 하나를 공수. 자작기의 내용처럼 일직선으로 쫙 핀다음 각변을 15cm로 접은 후 납땜을 하기 위해 집안 여기 저기를 뒤졌다. 하지만.. 그 때 깨달았다. 일전에 내 공작박스를 아는 동생에게 빌려준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있는가..?
분명 공작박스가 없다고 하더라도 울 집안 어딘가에는 쓰다 만 실납이 있을 것이고 인두도 많이 낡았기는 했지만 납정도는 녹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있는 대체품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을 찾아서 천천히 납땜을 하고 제대로 안테나를 만들어 테스트 하기에는 이미 마음이 너무 들떠있었다.

그래서 시도했던 다른 방식..
납땜 그 딴거 다 필요없이 쇠옷걸이 안테나와 케이블을 도선부분만을 뜯어 손으로 잡고 디지털방송의 수신상태만이라도 확인하기로 했다.

하여 0.5mm 두께의 전선을 5cm가량으로 절단 후 양단의 피복을 3cm 정도 벗겨내었다. 그리고 각각의 전선의 한 쪽은 네모모양으로 만들어진 안테나에 둘둘 말았다. 다음은 이를 USB형 TV수신카드에 연결하기 위해 전선 하나는 가운데 구멍에 삽입하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 한바퀴 감아버렸다.

그리곤 이미 드라이버와 관련 유틸리티가 설치된 본체컴퓨터에 연결하고 디지털방송체널의 탐색을 시작하였다.


…….
………..
……………

이상하다.
단 한개의 디지털방송체널도 잡히질 않는다.

왜지?

다시금 창문쪽으로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며 손가락에 힘을 주어 접지면을 넓히고 탐색해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깨달아야했다.
아니 여기서 최소한 알아봐야 만 했다.
내가 사는 이곳은 HDTV를 공중파로 수신하기 힘들다는 것을……

잠시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재털이에는 몇 가치의 담배가 더 늘어나 있었다.
몇 번의 시도를 거치면서 안테나쪽에 연결되어 있는 도선은 둘둘 말려있는 상태라 접속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쪽인 TV수신카드의 와의 접속은 아무래도 손가락으로 누르고 잡고 있지 않는 이상 계속 떨어지고 붙는 상태가 반복되었다.

하나의 손가락이라도 줄이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얇아서 계속 스르륵 미끄러져 빠져나오는 가운데 구멍의 전선을 두껍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껍게 하는 방법 중 가장 간단한 방법은 끝의 도선을 한번 접어주는 것이었다.
해서 이를 물음표?모양으로 처리한 후 선단을 집게로 접어 뾰쭉하게 만든 후 삽입하니 더 이상 지 맘대로 빠져나오는 상황은 없어졌다.

그리곤 드디어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 위해 가운데 구멍으로 들어가 있는 전선을 빼내려는 순간..

‘툭…’

0.5mm 두께의 전선은 그렇게 자신의 일부분을 구멍속에 남긴체 끊어져버렸다.

머리속이 멍해진다.
머지?
내가 지금 멀한거지?
저게 왜 하필 저기에 들어가 있는 거지?

재털이에 담배한가치가 추가된 후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구멍속에는 아직 여유가 있을 꺼야. 동축케이블의 구리선을 잘 박아 넣으면 밀려나서 공간이 생길지도 몰라.’

그런 이유로 시도한 동축케이블의 구리선 박기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비록 빡빡은 했지만 역시 얇은 전선이라 아직 1mm의 두께에 달하는 구리선이 들어갈 공간은 아직 있었던 것이다.

그런식으로 해서 본체와 노트북, 내방과 안방을 오가며 테스트 하던 찰나 더욱 믿기 힘든일이 벌어졌다.

기기자체의 결함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안방의 TV에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 방송쪽의 동축케이블을 넣었다 뺐다를 수차례. 그리고 마지막이다. 안되면 오늘을 쫑~ 이라 생각하며 동축케이블을 분리하는 순간..

‘툭..’

이야.
멋지다.
최고다.
난 좀 짱인듯.
어쩜 이리 판타스틱한 일이~~

전선조각 + 동축케이블의 구리선이 박혀있는 우리의 USB TV수신카드 구멍을 보고 있노라니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다.

니퍼로 뺄수도 없고 핀셋으로도 불가능할 정도로 빡빡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끊어져있는 구리선. 그 어떤 뾰쭉한 놈이 오더라도 더 이상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엄숙하게 외치는 듯한 그 모습.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이틀전에 주문해 오늘 도착한 놈인데 아직 무상수리기간도 썼던 기간에 몇백배만큼 남아있는 놈인데 제품 겉에 붙어있는 비닐조차도 뜯어져 있지 않는 깔쌈한 놈인데 이건 완전히 사용자 과실로 인한 유료 AS를 받아야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내가 왜~ 안테나를 안샀을까?
내가 왜? 전선을 꼬아서 넣었을까?
내가 왜? 동축케이블을 힘겹게 쑤셔 넣었을까?

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의 아랫쪽 단자에는 가운데 조그마한 구멍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구멍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담배는 오링났다.
재털이에는 이미 꽃한송이가 피어있었다.

내 손에는 날 왜 꺼낸겨? 라고 물어보는 다 늙은 인두기와 떡이 되어있는 납조각 그리고 주인손에 도착한지 3시간만에 나체를 드러낸 수신카드 한장이 놓여있었다.

들어가는 구멍이 있으면 나가는 구멍도 있을 것이다.
한쪽으로 들어가서 막혀있으면 반대쪽으로 밀어내면 되는 것이다.
비록 제품 껍데기에 이거 뜯으면 AS는 얄짤없다라는 경고 문구가 있어도 가볍게 생까주면 되는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린 나는 납흡입기와 함께 인두질을 시작하려했다.
목표는 수신카드에 달려있는 연결단자를 분리해서 가운데 구멍에 들가 있는 모든 놈들을 밀어 내는 것.

하지만 얼마 안가서 깨닫게 되었다.
그런 구조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

또 깨달았다.
인두를 대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라는 걸.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기판에 인두질한 흔적. 그 광대한 범위에 인두질한 흔적을 감쪽같이 숨길수는 없다는 것을.

그렇지만 내게는 급한 성격이 있었다.
그리고 급한성격 발동조건의 두가지가 활성화된 상태이다.
왜나면 배까지 고파왔기에..

미친짓 1탄 여기까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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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크.. 3년전 글이군요..ㅋ

      아마도 이 글을 썼을 당시에 무락님 처럼 댓글을 남겨주신 분이 있었다면 다음글이 탄생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ㅋ

      그래도 혹시 궁금하실까 하여 잠깐 이 후의 말씀을 드리자면요.

      저 상태로도 조금 어떻게 하니 잘 나오드라구요ㅋ
      그래서 쭉 잘 쓰다가 요즘에는 iptv덕에 처박혀버린 신세로 전락하였습니다.

      머.. 그런거죠..ㅋ

    2. 아~ 꽤 흥미진진했었는데 말이죠. ㅋㅋㅋㅋ

      저도 꽤 성미가 급한 편이였죠.
      고친다고 고쳐, 꽤 잘 숨기고 살았는데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때 바로 나오더군요. ㅡ,.ㅡ
      초보운전 써 붙이고 다닌지 이틀만에 회사사람들에게…저게 과연 초보운전 맞어? 할 정도로 급하게 운전하고 다녔더랬습니다. 그 똥차로 신호대기 제일 앞에 서있다가 신호 바뀌어 출발하면 10초내에 나를 앞지러는 차가 없었으니깐요.
      물론 지금은 운전도 많이 느긋해졌는데, 그래도 한번씩 과격한 운전을….ㅎㅎㅎ

    3. 무락님 말씀을 듣고 제가 쓴글을 함 더 봤는데요…

      글을 썼을 때는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그대로 옮기는 식으로 쓴 것 같은데 지금은 제가 쓰고도 저게 먼 말이지? 하는게 많이 보여요..

      이글을 어떻게 상상하셨을지.. T.T

      흥미진진하셨다니 다행입니다.ㅋ

      근데 무락님.. 저도 무락님처럼 될 소지가 아주 다분해요.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마눌님이 말려주시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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